제목 :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
저자 : 이민영, 김지영
장르 : 자기계발, HRD
들어가며: 일이 끝나면 지쳐만 가던 나에게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낯설고도 무거운 계산이었어요. 책은 대학교를 졸업한 뒤 28세에 일을 시작해 70세까지 42년을 일한다고 가정해요. 주 5일, 연 48주, 하루 9시간 근무를 적용하면, 이 가정에 따른 총 노동시간은 90,720시간이고, 하루 16시간을 깨어 있다고 보면 깨어 있는 시간의 약 37%를 일하는 데 쓰는 셈이에요(24~25쪽). 야근과 통근까지 포함한 '일과 관련된 시간'으로 넓혀 보면 그 비중은 더 커질 수 있어요.
숫자 자체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었어요. 그렇게 긴 시간을 단순히 버티는 데 쓸 것인지, 성장과 축적의 시간으로 바꿀 것인지. 저는 그동안 일을 '버텨내는 시간'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은 일터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고 하루의 피로가 성장이었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워크그릿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더라고요. 일 때문에 지쳐 있는 분이라면 첫 장부터 마음이 콕콕 찔리는 문장을 만나게 될 거예요.
100명 중 14명만 몰입하는 시대

책은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100명 중 14명만 업무에 몰입한다고 설명해요. 물론 몰입의 정의와 조사 시점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수치를 단순히 환산하면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업무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저자들은 이런 차이가 재능보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서 크게 나타난다고 강조해요. 똑같이 똑똑하고 바쁜데, 어떤 사람은 일을 대충 넘기고 어떤 사람은 끝까지 정성을 들인다는 거죠(30쪽).
정성을 들이는 사람에게는 일을 완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요. 일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막힘이 생기는데, 어떤 이는 그 막힘을 이유로 속도를 늦추고 관심을 잃어요. 반면 끝까지 가는 사람은 일을 시작했으면 마무리한다는 원칙을 지킨대요. 이 책은 2부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라는 생각을 가장 위험한 생각으로 꼽아요. 저는 이 대목에서 조금만 막히면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넘어가던 제 습관이 떠올라서 한참을 멍했어요.
일에도 그릿이 있다, 워크그릿

'그릿(grit)'은 원래 장기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힘을 뜻하는 말이에요. 이 책은 그 그릿을 일이라는 영역에 집중해서 바라봐요. 워크그릿(work grit)은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어려움을 학습의 기회로 전환하거나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다시 일어서는 힘이에요. 저자 김지영은 "일터에서 끝까지 해내는 힘, 다시 일어서는 태도 그 자체가 워크그릿"이라고 말하더라고요.
학문적으로는 업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의 과업을 수행하고, 여러 방법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며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개인의 특성이라고 정의돼요(32쪽). 성실함이나 몰입이 현재의 과업에 집중하는 태도라면, 워크그릿은 중장기 목표를 바라보며 어려움을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역량에 가깝다고 해요(62쪽). 그래서 일을 오래 지속하는 것과 일을 실제로 완결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단한 워크그릿을 만드는 세 가지 힘

워크그릿은 단순히 오래 버티는 것과 달라요. 책은 워크그릿의 구성요소로 세 가지를 제시해요. 첫째는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지속적 노력, 둘째는 궁금증이 생기면 해결할 때까지 파고드는 적극적 학습, 셋째는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긍정적 사고예요.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질 때 워크그릿은 '느슨한' 상태에서 '단단한' 상태로 바뀐다고 해요.
책에는 이 세 가지를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진단 문항도 담겨 있어요. 예를 들어 '업무수행 시 궁금증이 생기면 해결할 때까지 탐구한다' 같은 문항처럼요. 이 문항 하나만 봐도 적극적 학습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궁금한 것을 끝까지 해결하는 습관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특히 단단한 워크그릿을 지닌 사람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동기를 만들어 내요. 장기 목표를 중심으로 단기 목표를 조율하며 점진적인 성취를 통해 더 큰 성과를 거두죠(41~42쪽).
그릿이 성과가 되는 순간, 의도적인 연습

그릿이 높은 사람은 오래 버티는 데 그치지 않아요. 자신의 약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보완하는 의도적인 연습을 지속해요. 그리고 이 의도적인 연습이 그릿을 실제 성과로 바꾸는 다리가 된다고 해요(78쪽). 그냥 반복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집중적이고 구조화된 연습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거죠. 그릿 성장의 비결이 재능 더하기 노력이라는 2부의 메시지가 여기서 자연스럽게 연결돼요.
의도적인 연습이 쌓이면 성과만 오르는 게 아니에요. 업무를 혁신적인 방향으로 수행하고, 지식을 나누며, 일과 조직에 몰입하게 되고, 개인적으로 충만함을 느끼게 돼요(80쪽). 이는 일과 더불어 삶 전반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져요. 직업을 통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니, 워크그릿이 단순한 생산성 개념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태도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사람을 성장시키는 방법, 원온원

여기서 이 책이 제시하는 실천 도구가 등장해요. 바로 원온원(1on1)이에요. 원온원은 리더와 팀원이 의미 있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일대일 미팅을 말해요(82쪽). 워크그릿이 개인의 태도라면, 원온원은 그 태도를 현실적으로 키워낼 구조적 장치죠. 구성원의 목표를 함께 점검하고, 일의 의미를 재정의하며, 성장의 방향을 설계하는 대화 시간이에요.
저는 원온원이라고 하면 성과 보고나 평가를 떠올렸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원온원은 전혀 달랐어요. 예측 가능한 대화를 바탕으로 상사와 팀원 간의 신뢰를 쌓고 직무 만족을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게 효과적이에요(84쪽). 원온원이 자리 잡으면 팀원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필요할 때 추가 면담을 요청하기도 쉬워진대요. 특히 팀장이 부임 직후 팀 분위기를 빠르게 이해하는 수단으로도 유용하다고 해요.
원온원의 성패는 대화 이후에 달렸다

책은 원온원이 부담스러운 이유도 짚어요. 공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인 맥락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마냥 사적 대화로 흘러서는 안 되고, 어디까지나 개인의 일적인 성장에 목적을 두어야 한대요(88쪽). 또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의 침묵의 나선 이론을 언급하며,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이 고립될까 봐 침묵할 수 있다고 설명해요. 그런 점에서 책은 원온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꺼내기 어려운 의견을 비교적 안전하게 펼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봐요(85쪽).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화가 끝난 뒤의 환류라고 강조해요. 효과적인 원온원은 반드시 환류를 전제로 하죠. 논의한 내용을 간략히 메모하고, 주요 문제와 다음 단계를 공유해야 일회성 대화가 아니라 실행으로 이어져요(100쪽). 피드백은 솔직하되 예의를 갖추고, 구체적으로 말하며, 작은 부분이라도 감사의 표현을 하면 대화의 온도가 달라진대요(101쪽). 원온원은 정해진 질문만 주고받는 형식적인 면담이 아니라, 리더와 팀원이 서로에게 맞는 대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이 와 닿았어요.
개념을 소설로 만나다, 2부의 매력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구조예요. 1부에서 개념과 원리를 정리했다면, 2부는 300인 규모의 글로벌 마케팅 회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펼쳐져요. 저마다 다른 수준의 워크그릿을 지닌 인물들이 원온원을 통해 그릿을 쌓아가고, 변화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지죠.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개념이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리더 한수정이 나태한이라는 인물에게 들려주는 말이에요. 한수정은 원하는 업무만 잘하는 것이 프로의 태도는 아니며, 원하지 않는 일도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고 말해요(189쪽). 골프부킹 업무를 대충 넘기던 인물이 어떤 대화를 거쳐 바뀌어 가는지 보여주면서, 원온원이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성장의 현장이라는 걸 느끼게 해줬어요.
누구나 워크그릿을 기를 수 있다

2부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메시지는 그릿이 타고난 특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누구나 기를 수 있다는 거예요. 한수정은 원온원을 거듭하며 워크그릿이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길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해요. 작은 성취에 대한 인정과 격려, 다음 행동에 대해 같이 고민하기, 배움의 경로 제시, 일의 의미를 찾게 하는 말. 이 네 가지 지원이 반복되면 워크그릿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해요(200~201쪽).
저는 '그릿은 특정한 사람만의 특성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형성될 수 있다'는 문장에 가장 많이 공감했어요. 책 말미에는 현실적인 고민도 담겨 있어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워크그릿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이를 지지하는 환경이나 키워주는 리더를 만나지 못한 채 일하고 있대요. 저자들은 이를 조직이 책임 있게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제시해요(255쪽).
마치며: 버티는 사람에서 해내는 사람으로

이 책은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니에요. "나는 지금 그릿하게 일하고 있는가?" "내가 하는 일에 분명한 목표와 의미가 있는가?" 같은 질문을 계속 던져요. 아쉬운 점을 꼽자면, 소설 파트가 매력적이었던 만큼 2부 이야기를 좀 더 깊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또 진단 문항으로 워크그릿 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데, 점수 뒤에 이어질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조금 더 아쉬웠죠.
그래도 추천하고 싶어요. 매번 목표를 세우고도 중간에 지쳐 포기했던 분, 일이 소모로 느껴져 지쳐 있는 분, 리더로서 팀원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 막막했던 분이라면 특히 좋을 거예요. 이 책을 읽고 나면 '버티는 사람'에서 '해내는 사람'으로 바뀌는 차이가 태도에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저는 오늘부터 하루의 피로가 성장이었다고 생각해 보려고요. 그게 워크그릿의 시작이니까요.
9 / 10점 ★★★★★★★★★☆
한 줄 총평: 일을 소모가 아니라 축적으로 바꾸는 태도의 차이, 워크그릿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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