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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This Is Going to Hurt: Secret Diaries of a Junior Doctor
저자 : 아담 케이 (Adam Kay)
장르 : 에세이 · 의학 회고록 · 유머

들어가며: 병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계셨나요


병원에 갈 때마다 궁금했어요. 의사 선생님들은 대체 언제 쉬는 걸까. 늘 바빠 보이고 지쳐 보이는데도 웃으면서 진료를 보시더라고요.

이 책을 알게 된 건 이 책이 원작인 해외 드라마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서였어요. 원작부터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 읽고 나니 병원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산부인과 전공의로 보낸 6년, 그 기록의 시작


아담 케이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에서 주니어 닥터로 일했고, 그 과정에서 산부인과·산과 계열 훈련을 받았어요. 이 책은 그 시절 써 내려간 일기 형식을 바탕으로 엮은 회고록이에요.

원래 일기라는 게 그렇잖아요. 꾸밈없이 날것 그대로인 거. 그래서 문장 하나하나가 더 생생하고, 더 웃기고, 가끔은 더 아파요. 화려한 수식어 없이 그날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적어둔 것뿐인데, 그게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주 97시간, 비정상적으로 긴 근무였다


책 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숫자는 97이에요. 97시간 주간 근무라는 표현으로, 그가 겪었던 비정상적으로 긴 근무 강도를 대표적으로 보여줘요. 무급 초과근무는 기본이고, 아파도 쉴 수 없고, 혼자서 병동 전체를 담당하는 밤 당직도 흔했다고 해요.

숫자로만 보면 그냥 '힘들겠다' 정도로 지나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와요. 매일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으면서도 다음 날 또 출근해야 하는 삶이라니, 상상이 잘 안 되더라고요.

"돈 때문에 하는 일"이라는 말에 대한 반박


이 책이 세상에 나온 데는 분명한 계기가 있어요. 2015~2016년 영국에서 전공의 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커졌고, 당시 영국 정부가 전공의들을 돈만 좇는다고 몰아갔다는 논란이 일었어요. 아담 케이는 이 논란에 대한 반박으로 자신의 일기를 책으로 냈다고 밝혔어요.

그 논란이 이 책이 출간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어요. 웃긴 에피소드들 사이사이에 왜 이렇게 분노가 서려 있는지, 이 배경을 알고 나서 다시 읽으면 완전히 다르게 읽혀요.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메시지


책 전체에 블랙 유머가 가득해요. 그런데 그 웃음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사실 '이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망가져 있다'는 외침에 가까워요.

읽는 내내 웃기다가도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반복돼요. 다시 보면 이 책의 핵심은 유머 자체보다,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와 번아웃의 기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모르게 곱씹게 된 문장 하나


책 도입부에 나오는 한 대목이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의사로 일하던 시절 써 내려간 일기들, 그리고 개인 생활을 돌볼 틈도 없이 버티다가 결국 모든 게 감당할 수 없이 무거워진 어느 하루에 대한 이야기라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요약 같은 대목이었어요.

의사로 일하며 써 내려간 일기, 그리고 개인 생활을 돌볼 틈도 없이 버티다가 결국 모든 게 감당할 수 없이 무거워진 어느 하루에 대한 이야기.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마음에 오래 남은 또 다른 문장


산부인과 관련 에피소드 중에 나오는 대목도 인상 깊었어요. 훌륭한 의사라면 그만큼 큰마음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넓은 연민과 인간적인 다정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장이었는데, 표현이 다소 거칠긴 해도 오히려 그게 진심처럼 느껴졌어요.

웃기는 장면들 사이에서 이런 문장이 툭 튀어나오면 저도 모르게 멈칫하게 되더라고요. 의사도 결국 사람이라는 걸, 이 한 대목이 새삼 알려주는 느낌이었어요.

마지막 챕터, 그가 의사를 그만둔 이유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하고 싶어서 자세한 내용은 아끼려고 해요. 다만 마지막 챕터에서, 결정적인 의료 사고와 번아웃이 겹치며 저자가 병원을 떠나게 되는 과정이 나와요. 그 대목을 읽으면서, 의료진도 시스템과 사건의 압박 속에서 크게 소진될 수 있다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느꼈어요.

그전까지는 의사가 힘들다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잘 와닿지 않았거든요. 이 책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그 무게가 이해가 됐어요.

일기 형식이 만들어내는 몰입감과 리듬


이 책은 날짜별 일기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요. 짧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구조라서,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으로 읽히면서도 전체적으로는 6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다만 에피소드가 분절돼 있다 보니, 하나의 매끄러운 서사를 기대하면 조금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저는 오히려 이 형식 덕분에 실제 일기를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몰입했어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유머의 무게


유머 스타일 자체는 꽤 거칠고 직설적이에요. 신체나 의학적인 묘사가 직접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아서, 이 부분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거친 유머 밑에 계속 흐르는 건 결국 애정이더라고요. 시스템에 대한 분노와, 그 안에서도 환자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았던 한 사람의 진심이 같이 느껴졌어요.

마치며: 이 책을 덮고 나서, 병원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쉬운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의학 용어와 NHS 특유의 시스템 설명이 꽤 많아서, 영국 의료 환경을 전혀 모르면 초반에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또 일기 형식 특성상 에피소드가 분절돼 있어서, 연속된 서사를 기대하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이런 분들께 특히 추천드려요. 의료계 종사자거나 그 주변인, 번아웃이 뭔지 몸으로 알고 있는 분, 블랙 유머를 즐기는 분, "직업에 소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한번쯤 의심해보고 싶은 분.

다 읽고 나니 병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달라졌어요. 늘 바빠 보이던 의료진의 모습 뒤에 있는 노동과 압박이 조금 더 실감 나게 느껴졌어요. 병원에 가기 전에, 혹은 의료진에게 감사함을 잊었다 싶을 때, 한번 펼쳐보시길 추천드려요.

9 / 10점 ★★★★★★★★★
한 줄 총평: 웃다가 울다가, 결국 병원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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