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What to Make of a Life
저자 : 짐 콜린스 (Jim Collins)
장르 : 자기계발 · 인생 에세이
들어가며: 서른을 넘겨 마주한 절벽

서른네 살 어느 4월, 나는 새벽 네 시의 서재에 앉아 두 시간째 같은 문단을 지우고 있었습니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고, 쌓여 있는 일은 전부 '긴급' 표시였습니다. 커리어는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고, 그제서야 인정했습니다. 지금 나는 절벽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그때 서가에서 꺼낸 책이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였습니다. 기업 연구로 유명한 저자가 이번에는 인생을 연구했다는 소개가 혹했고, 목차의 '절벽'과 '안개'라는 단어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10년에 걸친 연구, 34명의 삶, 그리고 2,809년의 생애 데이터. 이 숫자는 이 책이 위로가 아니라 기록을 바탕으로 쓴 책임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핵심으로 삶을 굴려야 한다는 말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자주 되돌아오는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삶이라는 긴 궤적을 따라 여러 번 찾아오는 질문,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그에 대한 책의 첫 번째 대답은 참 단순했습니다. 사람은 하나의 핵심으로 삶을 굴러가는 것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저자는 고슴도치 하나로 남을 것인가, 여러 개를 이어갈 것인가를 자문해 보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일에 깊이 몰입하는 '고슴도치 모드'를 설명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평생 하나의 길만 걸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하나의 핵심을 오래 밀고 나가고, 어떤 사람은 삶의 단계마다 새로운 고슴도치를 발견합니다.
그 문장을 읽고 나는 그동안 스스로를 여러 개로 쪼개 왔음을 인정했습니다. 안 되는 일이 생기면 다른 일, 좀 더 넓은 무대, 더 화려한 타이틀. 그런데 정작 계속 이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핵심을 정하지 않으면 절벽이 올 때 붙잡을 기둥도, 돌아갈 축도 없습니다. 나는 이 장이 '하나의 핵심'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심축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자기 안에 새겨진 인코딩의 별자리

두 번째로 강하게 남은 단어는 인코딩의 별자리였습니다. 저자는 이 연구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명확하든 막연하든 자기 안에 어떤 독특한 인코딩의 별자리가 자리하고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적었습니다. 만들어지고 새겨진 재능의 지도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책 속의 토니 모리슨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잠든 뒤 남는 시간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글을 썼습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특정한 시간대보다, 어떤 제약 속에서도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작업 방식이었습니다.
개인적인 매모 하나를 곁들이자면, 나는 이 책을 읽은 뒤 일주일간 잠드는 시간과 깨어나는 시간을 옮겨 가며 언제 몰입이 두 배가 되는지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어떤 답변서보다 자기 안에 인코딩된 감각을 찾아가는 일이 나를 다시 오래 일하게 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장에서 배웠습니다.
돈의 방향을 뒤집고, 시간의 잔고를 세기

또 하나 무겁게 다가온 장은 정직하게 '돈의 방향을 뒤집어라'였습니다. 목차만 보고는 돈을 다루는 슬기를 가르치는 장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책은 반대로 이야기했습니다. 돈을 향해 달려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를 향해 돈을 쓰는 삶으로 방향을 뒤집으라는 것입니다. 방향이 뒤집히면 돈은 목적이 아니라 내면의 불꽃을 지피는 연료가 되어 줍니다.
나는 그 장을 읽은 날 벽 캘린더 앞에 섰습니다. 다가오는 12개월 사이에 선을 하나 긋고, 그 시간에 금액이 아니라 기억을 채우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돈이 아닌 남은 시간의 잔고를 세기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절벽은 화재경보처럼, 그렇게 깨어나는 법

이 책이 유독 통렬했던 이유는 절벽을 예쁜 비유로 다루지 않기 때문입니다. 절벽은 외부에서 갑자기 닥치기도 하고, 오랫동안 예상해 온 변화나 스스로 선택한 전환의 형태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절벽의 원인보다, 그 사건이 이전 삶의 궤도를 바꾸고 다음 선택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절벽은 귀청이 떨어질 듯한 화재경보에 놀라 깊은 잠에서 벌떡 깨는 순간과 비슷할 수 있다.
저자가 책 속에 적은 이 문장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절벽을 화재경보에 비유한 것은, 그 순간이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진짜 깨어남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큰 깨달음은 부드러운 일출처럼 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사이렌 소리와 함께 옵니다.
안개 속에서도 단순한 걸음을 걷는 일

절벽을 지나면 많은 경우 안개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안개는 절벽 이후에만 나타나는 상태가 아닙니다. 청년기, 실패와 실망, 성공 이후, 은퇴의 순간에도 사람은 방향을 잃고 안개 속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안개 속에서 필요한 것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선택해야 하는 것과 받아들여야 하는 것, 행동해야 하는 것과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것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마이클 J. 폭스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곧바로 자신의 새로운 방향을 알게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진단 사실을 공개하기까지 7년 동안 불확실성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며, 결국 파킨슨병 연구와 환자 지원을 위한 활동으로 나아갔습니다.
안개를 걷어내려고만 하기보다, 안개 속에서도 단순한 걸음을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이 책의 2부가 '단순하게 나아가다'를 두는 이유입니다. 절벽 너머를 다 보려 하지 말고 한 걸음 앞만 보되, 꾸준할 것. 번아웃 끝자락에 있던 내게 가장 직접적인 처방이었습니다.
인생이라는 룰렛, 그럼에도 남는 축

운을 정면으로 다루는 저자의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계산 자체가 아니라 겸허였습니다. 매우 성공적인 기업들 역시 많은 운을 경험했고, 경쟁 기업보다 행운이 더 많지도 불운이 적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짜 차이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여기에 단정을 삼가는 저자의 태도가 묻어 있어 신뢰가 갔습니다. 운을 탓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지만, 운이 왔을 때 붙잡을 축으로서의 핵심은 만들 수 있습니다. 룰렛이 도는 방식을 예측하는 대신 몸과 마음을 지켜 두는 일이, 이 책의 앞장들에서 배운 단순한 걸음과 같은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책임 없는 안주만이 불꽃을 끈다

그런데 이 책이 가장 강하게 경고한 것은 무기력이 아니라 안주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책임을 선택하기'란 남의 기대를 무조건 떠맡는다는 뜻이 아니라, 중요하다고 믿는 일에 스스로 헌신하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또한 삶의 이른 시절 심어 두었지만 돌보지 못한 씨앗에 다시 물을 주는 회귀 패턴을 이야기합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취미, 접어두었던 꿈, 잊고 지낸 관심사. 그 씨앗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책임을 다시 선택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내면의 불꽃이 됩니다.
질문이 답보다 낫다

마지막 본문 장의 제목이 저를 한참 멈춰 서게 했습니다. 질문이 답보다 낫다. 저자는 좋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발견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적었습니다.
나는 노트를 하나 장만하여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 던질 질문 세 개'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에게 그 질문을 건네는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읽기를 마친 지금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이었습니다.
마치며: 무너진 뒤에도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

아쉬운 점을 하나 솔직하게 적자면, 이 책의 사례 상당수가 명성을 얻었다가 위기를 맞은 인물들의 생애에서 나온 탓에, 20~30대의 일상적인 정체기에 바로 갖다 대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번아웃과 정체를 '절벽'이라는 큰 언어로 명명한 만큼 중간 단계는 조금 더 소박하게 번역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34명의 삶을 10년에 걸쳐 뒤적이고 기록으로 증명한 후기는 드뭅니다. 커리어 정체, 퇴직, 상실,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집어 들 책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덮어 둔 책은 여전히 내 서재 창턱의 아침빛 속에 놓여 있습니다. 삶이 무너진 뒤 사람이 다시 자신을 만들어 가는 일은 가능하며, 이 책은 그 순서에 대한 매우 정직한 지도입니다.
8 / 10점 ★★★★★★★★☆☆
한 줄 총평: 모든 인생에 절벽이 온다면, 그 절벽을 대하는 순서를 보여주는 책.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했어요 |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솔직 후기 (0) | 2026.08.22 |
|---|---|
| 아무것도 하기 싫다며 누워 있는 내 아이의 진짜 속마음 | 우월한 열등감 알프레드 아들러 솔직 후기 (0) | 2026.08.20 |
| 아이디어는 정말 천재만 나올까요? | 디자인에 집중하라 팀 브라운 솔직 후기 (0) | 2026.08.18 |
| 낭비를 버리자, 공장이 슈퍼마켓처럼 돌아갔다 | 도요타 생산방식 오노 다이이치 솔직 후기 (0) | 2026.08.18 |
| 수많은 사건을 풀어온 천재, 이번엔 자신의 비밀이었다 | 투명한 나선 히가시노 게이고 솔직 후기 (0) | 2026.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