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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The Spy and the Traitor (2018)
저자 : 벤 매킨타이어 (Ben Macintyre)
장르 : 논픽션 / 첩보 / 역사 전기

들어가며: 몇 페이지 만에 완전히 빨려 들어간 실화


SNS를 보다가 우연히 이 책 이야기를 다룬 추천 영상이 떴길래 호기심에 찾아봤어요. "냉전 스파이 이야기? 뭐 뻔하겠지..." 싶었는데, 몇 페이지 읽자마자 완전히 빨려 들어갔더라고요.

KGB 요원이 사실은 MI6 이중 스파이였다는 게 실화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이 책이 실화 기반 첩보물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직접 읽어보니 과장이 아니더라고요.

세계를 구한 위대한 배신자 — 이 책의 핵심 인물


주인공은 올레크 고르디옙스키. 아버지도, 형도 KGB 요원인 집안 출신으로, 소련 체제 안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진짜 KGB 인재예요.

그런데 이 사람이 1974년부터 무려 11년간 영국 MI6에 정보를 제공해 왔다는 것, 그것도 소련 런던 지부장까지 오르면서요.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소련 체제의 거짓과 억압에 환멸을 느끼고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에요.

조국을 구하기 위한 선택 — 가면 뒤의 위험한 배신


고르디옙스키가 배신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하나가 아니었어요.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는 걸 목격한 것이 시작이었고, 이후 이어진 여러 사건들을 거치며 소련 체제에 대한 환멸이 점차 깊어졌다고 해요.

1968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도 그 환멸을 더 깊게 만든 사건 중 하나였어요.

내 나라가 틀렸다.

이 생각이 그를 배신자이자, 어떤 면에서는 진짜 애국자로 만들었어요. 제목 '스파이와 배신자'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숨어 있더라고요.

적에게 보낸 초대장 — MI6와의 첫 접선


MI6가 고르디옙스키를 처음 포섭한 방식이 놀라워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KGB 파견 근무 중이던 그에게 조금씩 접근했고, 고르디옙스키 스스로 문을 열었다고 해요.

강요도, 협박도 아니었어요. 자발적인 선택이었죠. 소련 내부 최고 기밀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적에게 손을 내밀다니, 단순한 스파이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양심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더라고요.

냉전의 판도를 바꾼 순간 — 에이블 아처 83과 핵전쟁 위기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1983년 에이블 아처 훈련이에요. NATO의 핵전쟁 훈련 시뮬레이션을 소련이 진짜 핵 선제공격 준비로 오판하면서,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냉전 시기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로 치달았다는 거예요.

고르디옙스키가 이 정보를 MI6에 넘기지 않았다면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요. 그의 정보는 여러 정보 채널 중 하나였지만, 서방이 소련의 오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긴장 완화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요.

배신자가 던진 덫 — CIA 이중스파이 올드리치 에임스


이 책이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닌 이유는 바로 CIA 내부의 배신자 때문이에요. CIA 방첩 부서 소속 요원이었던 올드리치 에임스는, 사실은 KGB를 위해 일하던 이중 스파이였어요.

그가 소련 내 CIA 첩보망을 KGB에 팔아넘겼고, 여러 명의 정보원이 체포되거나 처형됐어요. 그 과정에서 고르디옙스키의 정체도 거의 노출될 뻔했죠. 같은 이중간첩이지만 한 명은 인류를 구했고 한 명은 여러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대비가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악마의 코냑 — KGB 심문실에서의 도박


1985년, 런던 지부장까지 오른 고르디옙스키는 갑자기 모스크바로 소환돼요. 이유 설명도 없이요. 그리고 KGB 심문이 시작됩니다. 약물이 섞였을 가능성이 있는 코냑을 이용해 자백을 유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해요.

고르디옙스키는 그걸 직감적으로 눈치채고, 취한 척하면서도 끝까지 아무것도 자백하지 않아요. 소설이었다면 "너무 작가가 만들어낸 것 같다"고 했을 텐데, 이게 실화라니 진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어요.

트렁크 속 800킬로미터 — 핌리코 작전의 탈출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MI6의 핌리코 작전이에요. 고르디옙스키를 소련에서 빼내기 위한 극비 탈출 작전인데, 외교관 차량의 트렁크에 숨겨진 채 영국 외교관 가족들과 함께 핀란드 국경을 넘어야 해요. 장장 800킬로미터를요.

국경 검문 순간, 여러 위장 요소와 상황이 절묘하게 맞물렸는데, 아기가 차고 있던 기저귀 냄새 같은 사소한 요소도 군견의 접근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해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이었어요.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들


국경 수색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여러 위장 요소가 겹쳐 KGB 군견의 접근을 막아낸 그 아슬아슬한 대목에서 진짜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그리고 탈출 후 소련에 남겨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장면도 오래 남았어요. 아내와 딸들은 수년간 소련에 볼모로 잡혀 있었대요. 자유를 얻었지만 가족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 이 부분에서는 진짜 코끝이 찡했어요.

마치며: 실화가 소설을 이길 수 있다는 것


솔직히 말하면 중반부 냉전 역사 배경 설명이 상당히 길어요. KGB 조직 구조나 영미 정보기관 역학 같은 부분은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살짝 지루할 수 있어요. 분량도 560페이지로 꽤 두꺼운 편이에요.

그래도 넷플릭스 첩보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 냉전 역사에 관심 있는 분, "믿기 어렵지만 실화"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강력 추천해요. 인간의 선택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에 감동받는 분이라면 더더욱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 역사가 이렇게 극적일 수 있다는 것에 경외감을 느꼈어요.

9 / 10점 ★★★★★★★★★
한 줄 총평: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 진짜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해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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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Splendid and the Vile

저자: 에릭 라슨 (Erik Larson)

장르: 논픽션 / 역사 / 전기

들어가며:가장 어두운 밤, 가장 위대한 용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칠에 대해 그냥 "2차 세계대전 때 잘 싸운 영국 총리"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근데 이 책 첫 장을 펼친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리더라고요.

1940년 5월 10일. 처칠이 영국 총리로 임명된 바로 그날, 히틀러는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침공했어요.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는 이미 무너진 상태였고, 됭케르크 철수 작전은 불과 2주 앞에 있었죠. 이 책은 딱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이 상황을 버텨냈지?" 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그의 첫 약속:피, 수고, 눈물, 땀

처칠이 처음 하원에서 연설했을 때, 그는 달콤한 말 한마디 하지 않았어요.

나는 피와 수고, 눈물과 땀 외에는 드릴 것이 없습니다.

이 한 문장이 가슴을 쳤어요. 보통 새로 취임하는 지도자들은 "희망"을 얘기하잖아요. 근데 처칠은 달랐어요. 그는 현실을 직시했고, 그 직시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더라고요.

에릭 라슨은 이 장면을 일기, 편지, 비밀 정보 보고서 등 1차 자료를 기반으로 정말 생생하게 재현해요. 역사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처칠이 위대했던 이유는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더라고요.

철수로는 승리할 수 없다

됭케르크. 저는 이 단어를 영화로 먼저 접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어요.

약 34만 명의 연합군이 프랑스 해변에 갇혀 있었고, 영국은 민간 선박까지 총동원해 이들을 구출했어요. 누군가는 "됭케르크는 기적"이라고 했지만, 처칠은 달랐어요.

철수로는 전쟁을 이길 수 없다.

생존자들이 귀환했을 때, 영국 국민들은 환호했어요. 하지만 처칠은 의회에서 냉정하게 이 말을 남겼어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예요.

패배 속에서도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사람. 에릭 라슨은 그 처칠의 내면을 정말 섬세하게 그려내더라고요.

불굴의 런던, 공습을 이겨낸 일상의 힘

1940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독일군은 거의 매일 밤 런던을 폭격했어요.

4만 5천 명이 숨졌고, 2백만 채의 집이 무너졌어요. 이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는데, 이 책은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요.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잠을 청하는 시민들, 폭탄이 떨어진 다음 날 아침 아무렇지 않게 출근하는 사람들, 차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는 런던 사람들.

에릭 라슨은 책에서 이렇게 썼어요. "전쟁의 보편적인 치유제는 차였다. 차가 사람들이 버텨내도록 도와준 것이다."

이 한 문장에서 저는 뭔가 울컥했어요. 폭탄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차 한 잔을 끓이는 런던 시민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더라고요.

잿더미 위에서 시작된 복수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는 처칠 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참모들의 시선도 함께 담겨 있다는 거예요.

딸 메리는 전시의 답답함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찾으려 발버둥치고, 아들 랜돌프와 그의 아내 팸은 삐걱거리는 결혼생활을 이어가요. 처칠의 아내 클레멘타인은 남편의 그늘 속에서 묵묵히 영국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배경은 잿더미가 되어가는 런던이에요.

처칠은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들 앞에서 종종 눈물을 흘렸어요. 그 눈물이 분노로, 분노가 더 강한 의지로 바뀌는 장면들이 이 책 곳곳에 있는데, 그게 너무 생생해서 저도 모르게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불타는 런던, 고요한 사령부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이에요.

런던이 불타는 동안, 처칠은 지하 전쟁 회의실(Cabinet War Rooms)에서 냉정하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었어요. 비밀 정보 보고서를 검토하고, 루스벨트에게 편지를 쓰고, 영국 공군의 전투 현황을 점검했어요.

에릭 라슨은 이 전쟁 회의실 장면을 마치 영화처럼 재현해요. 비좁고 연기 자욱한 지하 벙커, 참모들의 긴장된 표정,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시가를 피우며 보고서를 읽는 처칠.

처칠의 위대한 재주는 절망적인 소식을 전하면서도 청중이 용기와 희망을 느끼게 만드는 능력이었다.

에릭 라슨이 이 책에서 묘사한 처칠의 리더십 방식인데, 저는 이 문장을 읽고 현대의 리더십과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기 속에서 진실을 말하되, 그 진실이 희망이 되도록 만드는 사람. 그게 처칠이었더라고요.

대서양을 건너온 희망

처칠이 1940년 내내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것은 하나였어요.

미국의 참전.

루스벨트는 영국에 동조했지만, 미국 내부의 고립주의 여론과 1940년 대선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었어요. 처칠은 루스벨트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썼어요. 때로는 호소하듯, 때로는 현실을 냉정하게 제시하면서요.

영국이 무너지면 미국에게도 희망이 없다는 것을, 처칠은 한 줄 한 줄의 편지로 증명하려 했던 거예요.

이 외교적 사투의 장면이 이 책에서 정말 흥미롭게 묘사되더라고요. 전장에서의 싸움만큼, 아니 어쩌면 더 치열했던 "말의 전쟁"이었어요.

그리고 결국, 무기대여법이 통과되면서 대서양을 건너 희망이 도착하기 시작해요.

시작의 끝

1941년 5월 10일. 처칠이 총리가 된 지 정확히 1년이 된 날.

독일군은 런던에 대한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어요. 약 550대의 독일 폭격기가 런던 상공을 뒤덮었고, 이 날의 공습으로 3천 명 이상이 숨졌어요. 의회 건물도 불탔어요.

하지만 이 날이 블리츠의 마지막 대규모 공습이 됐어요.

히틀러가 소련 침공을 준비하기 위해 병력을 돌렸기 때문이에요. 영국이 버텨낸 거예요.

처칠은 의회에서 다시 한번 연설했어요.

나는 피와 수고, 눈물과 땀을 약속했습니다.

거기에 실수와 실망도 추가하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완전하고 절대적인 승리가 있을 것임을 믿습니다.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저는 그냥 책을 잠시 내려놨어요. 말이 안 나왔거든요.

마치며:이 책을 누구에게 권하고 싶냐고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했어요.

에릭 라슨은 단순히 역사를 나열하지 않아요. 처칠의 일상, 그의 가족, 참모들의 속마음, 런던 시민들의 하루하루를 촘촘하게 엮어서 1940년대 런던으로 독자를 데려가요.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어요.

리더십에 관심 있는 분들, 2차 세계대전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낸 사람"의 이야기가 읽고 싶은 분들께 진짜 강력하게 추천해요.

단점이라면... 분량이 상당하고 (원서 기준 600페이지), 영국 정치사에 대한 기본 배경지식이 없으면 초반에 살짝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50페이지만 지나면 그냥 소설처럼 빠져든다는 점은 보장할게요.

역사 논픽션 장르에서 이렇게 몰입감 높은 책을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처칠 팬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오히려 처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읽는 게 더 재밌을 수도 있더라고요.

누구에게 추천할까요?

  1. 리더십의 진짜 의미를 고민하는 직장인, 경영자
  2. 2차 세계대전 역사에 관심 있는 역사 팬
  3. 논픽션인데 소설처럼 재밌는 책을 찾는 분
  4. 위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버텨내는지 알고 싶은 분
  5. 에릭 라슨의 다른 작품 (화이트 시티, 야수의 정원에서)을 재미있게 읽은 분

최종 평점

9 / 10점 ★★★★★★★★★

한 줄 총평: 역사 책인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처칠이 이렇게 입체적인 사람인 줄 몰랐다.

다시 읽고 싶은가요? 네, 강하게 다시 읽고 싶어요. 오히려 두 번째 읽을 때 더 많은 게 보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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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소미

장르: 역사 교양 / 한국사 입문

"한국사 책 딱 한 권만 읽는다면, 단연코 이 책이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한국사를 제대로 모르는 어른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달달 외웠던 연표, 왕들 이름, 사화의 순서… 다 어디 갔는지 머릿속에 하나도 안 남아 있더라고요.

어느 날 지인들 모임에서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한 게 언제야?"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만 멍하니 있었어요. 그냥 웃으면서 넘겼지만 속으로는 '나 이거 너무 모르는 거 아닌가' 싶었죠.

그래서 서점에서 딱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에요.

제목부터 저한테 하는 말 같았거든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한국사." 그래, 최소한이라도 알자. 그런 마음으로 샀습니다. 내돈내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책이 이렇게 제 생각을 바꿔놓을 줄은 몰랐어요.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저자 이야기

임소미 작가는 유튜브 채널 〈쏨작가의 지식사전〉을 운영하는 역사 크리에이터예요.

처음 채널을 개설한 지 8개월 만에 구독자 10만을 돌파하며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후 대표적인 역사 채널로 자리를 잡았어요.

전작인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가 10만 부를 넘기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 이어, 이번 한국사 편도 출간 직후 역사 분야 1위에 오를 만큼 반응이 뜨거웠어요.

수십 권에 달하는 책과 논문을 토대로 철저한 고증을 거쳤고,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전남대학교 사학과 김봉중 교수가 감수까지 맡았으니 재미와 신뢰성을 동시에 잡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책이 뭐가 다른가요?

교과서 한국사와 이 책의 가장 큰 차이는 '맥락'이에요.

교과서는 사건과 날짜를 외우게 만들지만, 이 책은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해줘요. 읽다 보면 "아, 그래서 그렇게 됐구나!" 하는 순간들이 계속 나와요.

고조선부터 시작해서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 까지. 수천 년 역사가 한 권에 담겨 있는데 전혀 버거운 느낌이 없어요.

오히려 넷플릭스 드라마 정주행하듯이 다음이 궁금해서 손을 놓기 어렵더라고요.

한반도 탄생부터 망국까지, 역사의 흐름이 잡히는 구성

고조선에서 삼국시대까지 — 우리 역사의 뿌리를 찾아서

단군 신화로만 알고 있던 고조선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요.

부여, 동예, 옥저 같은 초기 국가들의 독특한 풍습도 소개되는데, 요즘 드라마 배경으로 나올 법한 내용들이라 의외로 흥미로웠어요.

고구려의 기상, 백제의 찬란한 문화, 신라의 전략적 외교까지. 삼국이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경쟁 드라마처럼 펼쳐져요.

신라의 삼국 통일 — 최후의 승자는 어디서 왔나

삼국 중 가장 늦게 전성기를 맞이했음에도 최후의 승자가 된 신라. 이 책은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고 백제·고구려를 차례로 무너뜨리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서술해요.

그리고 당나라까지 몰아내고 진짜 통일을 이루는 장면은 읽다가 괜히 통쾌했어요.

가야 이야기도 따로 챕터가 있는데, 철기 문화로 유명한 가야가 왜 역사의 중심에 서지 못했는지 납득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발해가 왜 우리 역사인지에 대한 설명도 명쾌해서 이전에 헷갈렸던 부분이 정리됐어요.

고려 500년 — 거란도 원나라도 막아냈지만

후삼국 분열부터 왕건의 고려 건국, 그리고 거란의 끊임없는 침략까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고려가 얼마나 많은 전쟁을 치렀는지 새삼 놀랐어요.

서희의 외교 담판, 강감찬의 귀주대첩 같은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원나라의 간섭기, 공민왕의 개혁, 고려의 최후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꼭 한 편의 비극 드라마 같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아 공민왕이 그렇게 끝나는 거였어?" 하고 탄식했어요.

조선 건국과 왕들의 이야기 — 우리가 모르는 이면들

태조, 태종, 세종…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이 책에서는 교과서에서 못 본 인간적인 면모들이 나와요.

특히 세조 챕터가 인상 깊었어요.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세조의 '두 얼굴'을 다루는데, 단순히 나쁜 왕이 아니라 왕권 강화를 위해 치밀하게 움직인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새로웠어요.

사화의 시대, 임진왜란, 조선의 분기점이 된 전쟁들도 큰 그림에서 이해되니까 그냥 암기할 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어요.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까지 — 씁쓸한 역사의 끝

인조의 삼전도 굴욕, 예송논쟁, 영조의 최장기 집권과 사도세자 이야기… 읽으면서 계속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안동 김씨 세도 정치의 시작부터 고종과 순종, 대한제국이 망해가는 과정까지는 정말 안타깝게 읽었어요.

특히 일제강점기 때에 단순히 일본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과 무능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은 역사를 단순화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가 느껴져서 좋았어요.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각

여러 챕터 중에서 저는 두 부분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첫 번째는 발해가 우리 역사인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에요. 단순히 "고구려 유민이 세운 나라"라는 말 한 줄로 끝내지 않고, 발해가 스스로를 어떤 국가 정체성으로 인식했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이 역사를 이어받아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풀어줘요. 학교 때는 그냥 외웠는데,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납득이 되더라고요.

두 번째는 임진왜란이 조선 역사의 분기점이 된 이유예요. 전쟁의 전개보다 전쟁 이후 조선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인상 깊었어요. 단순히 "이순신이 이겼다"가 아니라 그 이후 조선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보여주죠.

솔직하게 아쉬웠던 점도 말할게요

책 전반이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일제강점기 이후 현대사는 다루지 않아요. 대한제국의 망국까지만 다루고 있어서, 근현대사까지 이어서 알고 싶은 분들은 별도 책이 필요해요. 개인적으로는 후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입문서인 만큼 각 사건을 깊이 파고드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흥미가 생긴 특정 시대나 인물을 더 알고 싶어지면 그건 또 다른 책을 찾게 되더라고요. 근데 사실 그게 이 책의 목적 아닐까 싶기도 해요. 역사에 흥미를 갖게 해주는 입문서로는 충분히 역할을 다하거든요.

이런 분들께 진심으로 추천해요

  •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앞두고 전체 흐름을 먼저 잡고 싶은 분
  • 역사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에 은근한 콤플렉스를 느끼는 분
  • 드라마 《태종 이방원》, 《고려 거란 전쟁》처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
  • 교양으로 한국사를 공부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직장인
  • 자녀에게 역사를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싶은 부모님

최종 평점

8 / 10점 ★★★★★★★★☆☆

한 줄 총평: 역사를 포기했던 어른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책, 한국사 입문의 기준을 바꿨다.

이 책 한 권으로 고조선부터 대한제국까지 한국사의 뼈대가 잡히는 경험, 직접 해보시길 진심으로 권해드려요.

읽고 나면 역사 드라마나 역사 다큐가 전혀 다르게 보인답니다. 배경이 이해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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